삼산돌기(三山돌기) — 몸주신의 신명을 확인하고 신의 길을 여는 과정

삼산돌기(三山돌기) — 몸주신의 신명을 확인하고 신의 길을 여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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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돌기(三山돌기) — 몸주신의 신명을 확인하고 신의 길을 여는 과정


삼산돌기, 또는 삼산밟기는 강신무의 신맞이 과정에서 행해지는 중요한 수행과 치성의 하나이다.

그 핵심적인 목적은 단순히 세 곳의 산을 찾아다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제자가 모셔야 할 몸주신의 신명(神名)과 신격을 확인하고,

신의 제자로서 걸어갈 길을 고하는 과정​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삼산돌기의 방식과 의미는 지역, 계보, 신맥(神脈), 신부모의 전승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모든 무속 전승에서

 동일한 절차로 행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허주굿과 삼산돌기

신맞이의 과정에서는 먼저 모실 신과 물릴 신을 구별하는 과정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일부 강신무 전승에서는 이를 허주굿 또는 허튼굿과 연결하여 설명한다.

허주굿이 혼란스럽게 얽혀 있는 신적 존재를 정리하고 앞으로 모셔야 할 신을 가려내는 과정이라면,

삼산돌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자에게 들어오는 신명의 정체와 신격을 보다 분명하게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허주굿이 신을 가려내고 정리하는 과정이라면,

삼산돌기는 모실 신의 이름과 자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허주굿을 마쳤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신명이 완전하게 밝혀지고 좌정되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신을 받아들이는 제자 역시 처음에는 자신에게 나타나는 감응과 신명을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

이러한 혼재된 상태를 하나씩 확인하고 정리해 가는 과정 가운데 삼산돌기가 놓인다.



왜 하필 산을 밟는가

전통적으로 산은 인간의 생활공간과 하늘을 연결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무속에서는 산신과 여러 신령이 머무는 장소로 산을 중요하게 여겼다.

때문에 신명을 받으려는 제자가 산에 올라 기도하고 치성을 드리는 것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다.

다른 종교에서 수행자가 성지를 순례하는 것과 비슷하게, 무속의 제자가 신령한 장소를 찾아가 자신의 입문을 고하고

신명을 확인하는 종교적 순례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를 흔히

“삼산을 돈다.”

“삼산을 밟는다.”라고 표현한다.



산문받이와 산문 열기

전대의 일부 만신들은 이러한 과정을 ‘산문받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신부모의 본향산이나 제자의 본향산, 또는 신내림이 이루어지는 지역과 인연이 깊은 산을 찾아가 산신께 고하고 정성을 올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산의 기운을 받는다는 의미뿐 아니라,

“이제 이 사람이 신의 제자로 들어섭니다.”

라고 신령한 세계에 입문을 고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이를 무속적 표현으로는 ‘산문을 연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삼산은 어떻게 정하는가

삼산을 정하는 방식 역시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일부 전승에서는 혈연과 본향을 중요하게 여겨

신부모의 본향산,

신제자의 본향산,

배우자가 있는 경우 배우자의 본향산  등을 찾아가기도 한다.

반면 다른 전승에서는 신부모의 신맥과 연결되어 있다고 여기는 산이나 오래전부터 신령한 장소로 알려진 곳을 찾기도 한다.

대관령 국사성황당이나 강릉 지역의 서낭당, 지리산·태백산·계룡산과 같은 명산 등이 이러한 순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반드시 특정한 세 산을 돌아야 한다는 형식보다 어떤 신맥과 인연을 따라 어느 신령에게 입문을 고하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산돌기와 서낭돌기

삼산돌기와 함께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서낭돌기이다.

무속에서 서낭은 마을이나 지역의 경계를 지키는 신령이자 인간의 공간과 신령의 공간을 연결하는 관문과 같은 존재로 이해되어 왔다.

신명받기의 맥락에서는 서낭을 일종의 ‘신령 세계의 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사람의 집을 찾아가면 대문에서 먼저 자신의 방문을 알리듯, 신의 제자가 되는 사람도 서낭을 찾아

“제가 이제 신의 제자가 되어 이 길을 시작합니다.”  라고 자신의 입문을 고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부모에 따라서는

“서낭문이 열려야 신길도 열린다.” 고 표현하기도 한다.

신굿을 마친 뒤 다시 제자를 데리고 서낭을 찾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새롭게 제자가 된 사람을 알리고 앞으로 무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잘 인도해 달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설명된다.



삼산돌기를 준비하는 정성

삼산돌기는 일반적인 굿판과는 성격이 다르다.

큰 제물을 차려 신을 즐겁게 하는 굿이라기보다 신명을 받기 위한 기도와 치성, 수행의 성격​이 강하다.

전승에 따라서는 삼베나 일월다래·칠성다래 등에 사용할 소창을 준비하고 여러 차례 씻어 정결하게 하기도 하였다.

또 제자는 일정 기간 육식을 삼가고 소식소찬(小食素饌)하며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준비를 하기도 한다.

향을 우린 물이나 정화의 의미를 가진 물로 목욕하는 등의 행위 역시 부정을 멀리하고 신을 맞을 준비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법 역시 모든 계보에 공통된 규칙이라기보다는 각 신부모와 전승에 따라 달라지는 수행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삼산에서 이루어지는 신명 확인

삼산돌기의 핵심은 결국 신명받기에 있다.

전승에 따라 부정물리기, 신명축원, 강림축원 등의 순서로 진행하면서 신령의 강림과 신명의 확인을 청한다.

제자가 부채와 방울을 들기도 하고, 장구와 징 등의 울림 속에서 신부모가 제자의 반응과 말을 살피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제자가 몸을 떨거나 강한 감응을 보이는 것만이 아니다.

신부모는 문답을 통하여

어떤 신명이 들어오는가,

그 신의 이름은 무엇인가,

어떠한 신격으로 모셔지는가,

제자에게 어떠한 뜻과 계율을 전하는가  등을 확인하려 한다.

신부모가 신명의 표현이 불분명하다고 판단하면 축원과 문답을 다시 이어가기도 한다.

따라서 삼산돌기는 단순히 “신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왔는가.”

“어떤 신격으로 왔는가.”

“이 제자는 앞으로 어떤 신을 중심으로 모셔야 하는가.” 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허주굿과 삼산돌기의 차이

이를 간단히 구분하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허주굿은 ‘무엇을 걷어내고 무엇을 모실 것인가’를 가리는 과정이고,

삼산돌기는 ‘모실 신이 누구인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후의 신굿은 확인되고 정리된 신명을 제자의 신당과 몸에 정식으로 모시고 무당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입무의례의 성격을 갖게 된다.

따라서 이 전승의 관점에서 보면,

허주굿 → 삼산돌기·서낭돌기 → 신명 확인 → 신굿

은 각각 따로 떨어진 행위라기보다 한 사람이 신의 제자로 변화해 가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삼산돌기의 진정한 의미

삼산돌기는 겉으로 보면 몇몇 무당과 애동제자가 산을 찾아다니며 기도하는 모습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훨씬 깊다.

삼산돌기는 산의 경치를 보기 위한 여행도 아니고, 단순히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명산을 찾아가는 행위만도 아니다.

신의 길에 들어서는 사람이 산과 서낭을 찾아 자신의 입문을 고하고, 자신에게 온 신명의 이름과 신격을 확인하며 앞으로 지켜야 할 신의 도리를 받아들

이는 신맞이의 준비 과정이자 무업 입문의 순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신부모에게도 삼산돌기는 긴장되고 조심스러운 과정이었다.

제자의 한평생 무업과 연결될 몸주신의 신명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모든 부정을 멀리하고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며, 신부모와 제자가 함께 산문을 찾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을 밟는다는 것은 단순히 산길을 걷는 것이 아니다.
신의 문 앞에 나아가는 것이다.

서낭을 돈다는 것은 단순히 당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신의 제자가 되었음을 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명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신의 이름 하나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신을 모시고

어떠한 자세로 무업을 살아갈 것인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산돌기는 신굿 이전의 부수적인 행사가 아니라,

일부 강신무 전승에서 한 사람이 신의 제자로 들어서기 위해 자신의 신맥과 몸주신을 찾아가는 중요한 입문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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