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슬세우기란 무엇인가
칼과 창을 세워 신덕(神德)을 확인하는 무속의례
우리 무속의 굿판을 보면 대감거리나 장군거리 등에서 무녀가 칼이나 창을 세우며 축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흔히 ‘사슬을 세운다’, ‘사슬세우기’라고 부른다.
사슬세우기는 단순히 칼이나 창을 똑바로 세워 보이는 재주가 아니다. 굿의 흐름 속에서 신령의 위엄과 신덕(神德)을 드러내고, 제가집의 액을 물리치며 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례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사슬은 어떻게 세우는가
사슬세우기에는 주로 굿에서 사용하는 칼이나 창과 같은 무구(巫具)가 이용된다.
칼날이나 창날을 아래로 꽂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칼자루나 창자루 부분을 바닥에 세워 균형을 잡기도 하고, 의례에 따라 그 위에 제물을 얹거나 꿰어 세우는 형태도 나타난다.
문제는 칼이나 창의 자루가 본래 물건을 세워 놓기 좋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게중심을 맞추는 것부터 쉽지 않다.
더욱이 소머리·돼지머리·우족·떡시루 등 무게가 있는 제물을 함께 사용하는 형태에서는 균형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일부 굿판에서는 바닥의 소금이나 곡물 등을 이용해 자루의 균형을 보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속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어떻게 하면 칼을 세울 수 있는가” 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굿판에서 왜 세우느냐 하는 것이다.
왜 칼과 창을 세우는가
무속에서 칼과 창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특히 장군·신장·대감 등 위엄과 권능을 나타내는 신격의 거리에서 칼과 창은 신령의 권위와 위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무구가 된다. 칼은 부정과 액을 끊고 잡된 것을 물리치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며, 창 역시 장군신의 위엄과 신력을 상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그러한 무구가 굿판 한가운데에서 쓰러지지 않고 서는 모습은 무속적 관점에서 신령의 위엄이 바로 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된다.
그래서 사슬을 세우면서 무녀는 단순히 칼을 세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와 축원을 함께한다.
제가집의 액운을 걷어내고,
가정의 평안을 빌며,
재수와 복록이 들어오기를 기원하고,
굿을 받는 사람과 집안에 신덕이 내려주기를 축원한다.
즉 사슬세우기는 무구·무가·축원·신령의 상징이 하나로 결합되는 의례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선다’는 것의 무속적 상징
사슬세우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바로 ‘세운다’는 행위이다.
우리말에서도 ‘선다’는 말에는 단순히 물체가 수직으로 있다는 뜻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강이 서고, 질서가 서고, 사람이 바로 서며, 집안이 바로 선다고 한다.
무속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신령의 위엄과 질서가 굿판에 제대로 자리 잡는 것을 ‘선다’는 이미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칼이나 창이 수직으로 세워지는 모습은 천상과 지상을 잇는 하나의 상징적 형상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따라서 사슬세우기는 단순한 묘기라기보다 신령의 존재와 권위를 굿판에서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높은 곳에 오르는 행위와의 관계
무속의례에서는 사슬세우기뿐 아니라 물동이, 작두 등 일상적인 높이와 균형을 벗어난 의례 행위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굿을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준다.
그러나 무속 내부에서는 그것을 단순히 사람을 놀라게 하기 위한 묘기로만 여기지 않는다.
평상시의 인간적 상태를 넘어 신령의 위엄과 특별한 의례적 상태를 표현하는 행위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행위가 굿의 맥락에서 분리되면 단순한 기예나 묘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굿판 안에서는 무가와 장단, 신격, 제물, 축원과 결합하면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사슬세우기의 핵심은 ‘묘기’가 아니다
사슬세우기를 설명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칼이 어떻게 섰는가만을 강조하면 사슬세우기는 신기한 볼거리나 마술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굿의 맥락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세웠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세웠는가?”**이다.
칼과 창을 세우면서 무녀가 신덕을 청하고, 액을 막고, 복을 빌고, 굿의 목적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를 축원한다면 사슬세우기의 중심은 기술이 아니라 의례와 축원에 있다.
그래서 사슬이 섰다는 것을 무속 내부에서는 단순한 물리적 성공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신의 위엄이 서고,
굿의 질서가 서며,
제가집의 흐트러진 운과 기운도 바로 서기를 바라는 것.
바로 이러한 상징 속에서 사슬세우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슬세우기는 칼 한 자루를 세우는 행위가 아니라, 굿판에서 신령의 위엄을 드러내고 인간의 액을 걷어내며 새로운 복과 질서가 바로 서기를 기원하는 무속의 상징적 의례 행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