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과 굿
무당과 굿
지금까지 굿을 연구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굿의 어원이 밝혀진 바는 없다.
그러므로 굿의 정신과 영혼은 어디다 버리고 굿이라는 몸통만 가지고 연구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굿의 정신과 영혼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굿은 저급한 종교요 미신이라는 비난을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굿을 하는 사람이나, 굿을 연구하는 사람이나,
굿이 민족문화의 시원 문화라고 보는 사람이나,
굿에서 무교(巫敎)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굿의 의미를 정확하게 밝혀내는 일이다.
이는 마치 기독교인이 기독교의 의미를 밝혀내고, 불교인이 불교의 의미를 밝혀내고,
민족종교 진영이 민족종교의 의미를 밝혀내는 일,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우리 종교의 원형을 찾고 우리 문화의 원형문화를 찾고자 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굿의 어원을 밝히는 수준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굿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어 그 역사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문헌으로 전하는 가장 오래된 종교적 제의로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전하는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등과 같은
제천의식이 있었으나, 오늘날의 무당 굿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당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남해 왕조의 것으로,
여기에서 신라 제2대 남해왕은 차차웅으로 불렸는데,
이는 방언으로 무당의 뜻이었다고 하고,
남해왕이 시조묘를 세워 친누이 동생 아로(阿老)로 하여금 제사를 주관케 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 민족문화 대백과 사전' 3권 굿의 역사)
이 글은 우리나라에서 굿의 어원을 밝히는 연구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고백이다.
굿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종교적 제의가 있는데,
그것이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등과 같은 제천의식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무당 굿과는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부분에 대하여 전혀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연구과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위에 나온 <영고>, <동맹>, <무천>이라는 문자에서 충분히 굿을 밝혀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문자 연구에 약하기 때문에 그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굿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은 성급한 예단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나온 문자의 의미를 문자학의 관점에서 다시 재해석하지 않는 한, 현재의 연구 수준이나 연구 방법으로 굿의 의미는 밝혀지지 않는다.
'위지 동이전'을 아무리 연구한다고 해도
굿의 어원이나 실체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아 헛된 일일뿐이다.
좀더 높이 보고 넓게 보고 깊이 보아야 밝혀진다.
굿의 어원 상고시대-조선시대 이후에 나온 문자라고 하더라도, '위지' 동이전에 나오는
<영고>, <동맹>, <무천>이라는 문자만으로도 ‘문자학’의 힘을 빌린다면 굿의 의미를 추리할 수 있다.
문자 자체가 문자가 태어날 당시의 역사를 반영한 역사 문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문자의 첫 번 해석이 중요하다.
한자는 대륙 즉 중원의 주인이 자주 바뀌면서 동일한 문자의 의미가 역시 자주 바뀌어 왔으므로
먼저 이 점에 착안하여 문자를 다시 들여다보고 당시에 그 문자가 가지고 있던 의미를 찾아야 제대로 해석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문자를 다시 해석하는 것이 문자학적 연구이다.
‘문자학의 힘’을 빌어 <영고>, <동맹>, <무천>에서 굿의 의미를 추적해 보기로 한다.
<영고>는 ‘북을 치며 맞이한다.’는 의미이므로 여기에서 <마지 굿>을 도출할 수 있다.
북을 치며 맞이하는 행위는 길 굿의 기본이다. 지금도 대동 굿에서 길 굿과 걸립을 해오고 있다.
<동맹>은 ‘동쪽 하늘에 뜨는 해와 달에게 제물을 올리는 행위’이므로, 이 역시 <굿의 상차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굿에는 <일월 마지>가 있는데, <동맹>은 일월 마지를 하기 위하여 상차림을 하는 것이다.
무당이 물이 든 동이 위에 올라 굿을 하는 것을 <일월 마지>라고 한다.
이는 우리가 동이임을 밝히는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무천>은 ‘하늘을 향하여 춤을 춘다’는 의미이므로 ‘무당이 춤을 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당이 춤을 추는 것을 무무(巫舞)라고 한다.
무무는 도무(跳舞)와 회무(回舞)를 기본으로 한다.
이들 <영고> <동맹> <무무>의 의미를 모두 다 합하면,
“해와 달을 향하여 상을 차리고 춤을 추며 북을 올리면서 마지 굿”을 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이것이 굿이다.
여기에서부터 우리는 굿의 어원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이 마지 굿의 성격을 띤 것이 춘분 마지, 하지 마지, 추분 마지, 동지 마지이다.
이들 마지 굿은 네 계절이 시작하는 날에
제관인 무당을 내세워 이들 네 계절을 맞이하기 위하여 벌이는 대동제(大同祭)인 천제(天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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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노중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