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거리

열두거리

비룡 0 2298

열두거리

??◆ 열두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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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물림

?주당살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악하고 신비한 위력이 간혹 신이 나 조상 또는 굿을 하는

당주의 집 어느 곳이라도 침범해 있으면 그 굿은 무효가 된다고 하여

굿을 하기 전에 이 살을 풀어 내는 행사로서 먼저 주당물림이라는 간단한 의식을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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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상이 차려지고 모든 굿의 준비가 끝나면 무당들은

그 굿에 참석하는 모든 제가 집식구들을 집 밖으로 나가게 한 다음 상산 군웅이라는 신령의 의복인 홍철릭을 당의 문 앞에 걸고

?장고와 제금 등을 무악에 맞추어 시끌벅적하게 울려서 사라 귀들을 놀라게 하여 물려낸다.

?이 주당물림이 끝나면 제가 집식구들은 다시 당안으로 들어와 자리 잡고 그제야 굿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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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거리?

모든 굿의 준비가 완료된 상태에서 그 굿에 참석한 무당 중의 원무당이 장고를 차고앉아 늘어진 가락으로 부정거리를 진행한다.

?"영정가망으로 부정가망... 시위들 허소사...."하면서

간간이 장고를 크게 울리기도 하면서 긴 사설을 하고 난 뒤 말미에 가서는 여러 부정신들은 허물들 말고

이 굿에 탈이 없이 도와달라고 하면서 장고를 빠르게 치기 시작하면 제금도 그에 맞추어 당안을 울리고,

그때 다른 무당은 잿물이라고 하는 부정을 씻어내는 의미의 구정물(소금, 고춧가루, 재를 물에 섞은)은 오른손에,

맑은 물 한 그릇은 왼손에 들고 굿당 안을 돌며 부정을 몰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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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반주 속에서 소지 종이 세장을 사루는데

이는 물로 정화된 당안을 불로서 다시 한 번 정화 시켜 깨끗이 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이를 일컬어 `부정소지 올린다` 고한다.
이어서 장고를 치며

`초 가망, 이 가망, 삼가망....`하면서 가망님을 청배하고 나서 말명도 함께 불러 모신 뒤 가망 노랫가락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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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올리기

?부정을 쳐낸 당안은 이제 맑고 깨끗한 도량이 되어 어느 때라도 신이 강림할 수 있는 정화된 장소가 되었다.

?무당들은 둘러앉아 장고와 제금, 징, 피리 등으로 행행곡을 반주하기 시작하면

굿을 준비한 제가 집은 이제야 굿상에 불을 켜고 향을 사룬뒤 큰상을 기준으로 하여 골고루 술잔을 올린다.
반주는 행행곡에서 육행곡으로

흔히들 얘기하는 덩덕궁하는 무답곡으로 점차 빨라지고 그러는 동안 제가 집은 굿상 앞에 절을 올린다.
의식의 시작을 장중하게 알리고 나서 무당들은 산마누라 노랫가락을 모두 합창하여 내려오시는 신들을 즐겁게 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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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향거리(본산맞이)?

주무당이 홍철릭을 걸치고, 가망지 접은 것을 들고, 빌어가면서 사방으로 절하며,

굿을 받으실 제가 집의 본향신과 그 굿을 하고 있는 도량의 여러 신령들에게 강림을 기원한다.
신이 내리면 부채와 방울도 들고 흔들어가며 그 집안의 내력을 공수(신령의 말씀)를 통하여 전달하고 반주와 함께 춤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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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굿의 서두로서 흔히들 서울 굿에서도 산맞이와 많이 혼동되어 나타난다.

가망이라는 신의 성격이 확실치 않아 조상굿의 서두에 간단하게 모셔져서 조상거리로 이어지기도 하며,

이 거리는 제가 집의 가리를 잡는 거리라 하여 영에 능통하고 원숙한 선생무당들이 들어서는 것이 통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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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산맞이는 양가 편의 본향을 맞아들이는 거리로서 팔도의 주산이 응감하고, 대주 편의 본향신과 계주 편의 본향신이 모셔진다.
이어서 도당 부군 신을 비롯한 신장, 대감, 말명 등 여러 신령들이 모셔져 작은 규모의 열두 거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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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불사거리?

이 거리에서는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 제석, 칠성, 천왕 등이 모셔진다.
의대는 홍치마에 백색의 장삼을 입고, 가사를 걸친 후 홍대를 매고, 백색의 세모시 고깔을 쓴다.
홍대에는 백색의 부채를 드리우고 백팔 염주를 목에 걸고 목탁을 두드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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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상의 고기 안주는 창호지 등으로 덮어지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주 무당은 거동하기 시작하고

불사 상의 고깔 접은 것, 삼색 과일, 밤 대추 등도 들고 놀며 시위 한 후에 장삼의 소맷자락을 들고 춤춘다.
?이내 사방 요배가 시작되고 재가 집도 따라서 절을 한 다음 불사가 응감하면 공수가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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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 불사, 일월 불사, 대암 제석, 삼 불 제석, 사두 칠성, 사해용왕, 일월성신, 옥황상제 등 천신의 성격을 가지거나

불교의 성격을 가진 모든 신령들이 놀아지고 나면 굿상 위의 밤, 대추로 `산내린다`하여 명산, 복산을 준다.

밤, 대추 담은 접시를 흔들어 조금 쏟아 보아서 그 개수가 짝수이면 길하고, 홀 수이면 흉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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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린 다음에는 천왕 거리에 들어가는데 이 거리에서는 여러 중상님들이 내려와 바라 춤을 추기도 하고,

명바라 복바라를 사라고 바라 타령을 부르기도 한다.
바라를 팔고 나면 불사 노랫가락을 합창하여 이 거리에 동참하셨던 모든 제석 불사님들을 배송한다.
천신굿, 내림굿, 전안진적굿등 규모가 큰 굿에서는 이 거리에서 `천궁 탄다`하여

마당 가운데에서 물동이를 타고 굿을 하기도 하며,

무속의 경문이나 불경 등이 법사나 스님에 의해 독송되기도 하는 불교의 성격이 강한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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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거리

?무당의 몸 주신 인 여러 대신이 놀려지는 거리이다. 의대는 홍치마에 노란색의 몽두리로 부채와 방울을 든다.
천하 대신, 지하 대신, 벼락대신, 각국 나라 열두 대신 등이 모셔지고

?무당에게 영검을 주는 몸 주신 이 모셔지는 거리인 만큼 제가 집의 여러 가지 가내 대소사에 대해

예언과 충고를 하게 되며 무당에 따라 각기 다른 몸주대신이 모셔져서 거리를 이끌게 된다.
특히 신을 모신지 얼마 되지 않은 아동 제자들이 빠질 수 없는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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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거리

?여신의 성격으로 잘 못하면 심술도 많이 부리고, 악한 일도 많이 생기게 하는 신이다.

옛날에 많았던 홍역을 주관하는 신으로 의대는 홍치마에 원삼과 족두리를 쓴다.

춤과 공수를 주는데 특이한 것은 호구 보라고 불리는 커다란 보자기나 홍치마를 벗어서 뒤집어쓴 무당이 재가 집을 얼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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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홍역 마마를 앓아서 박박 얽었기 때문에 이렇게 뒤집어썼는데

이것을 쓰고 가면 재가 집이 답답하니 얼른 벗고 가게 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재가 집은 그 얽은 얼굴을 다 가릴 만큼의 분을 사라고 우둔 높은 천량(화장품 값)을 부채 위에 얹어주며 사정한다.
이내 그 보자기는 벗겨지고

호구신은 답답한 너울을 벗고 나니 사방이 다 휘황찬란하다고 하며 제가 집이 편안하게 도와줄 것을 약속하고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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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누라거리?

큰거리큰 거리라고도 하며, 이 거리에서 모셔지는 신령은 팔도의 산신과 장군 신들이다.

주무는 큰머리라고 하는 가발 형식의 대수를 머리에 얹고 남치마에 전복과 쾌자, 남철릭, 홍대와 부채, 술띠 등으로

의복을 갖춘 뒤 홍갓이라고하는 적색의 호수립을 손에 들고 반주에 맞추어 거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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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갓을 머리 위에 얹어 쓰고 옷자락을 들어보기도 하며, 갓끈이나 술띠, 부채 등을 번갈아 들어가며 천천히 춤을 추고 나서

?청룡언월도와 삼지창을 들어 시위하며 춤을 추다가 신이 내리면 멈추어 공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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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에서는 옛날의 영웅신과 장군 신들이 응감하며, 무당은 이에 따라서 제가 집에게 명잔이라고 하는 술잔도 내려주고

안주로 바쳤던 통돼지나 왼소, 또는 돼지머리 등을 삼지창에 꽂아 세워 보고, 월도도 세워보아 길흉을 점친다.

이를 `사실 세운다`고 한다. 물론 사실이 빨리 서야 좋고 너무 늦게 선다거나 세우는 도중 쓰러지면 흉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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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상 거리

?한을 품고 죽어간 옛 왕조를 모시는 거리로 본다.
사도세자를 위시하여 국대부인, 중전마마, 선왕 마마 등을 모시며 의대는 전복 차림에 벙거지를 쓰고 부채와 삼지창을 든다.
호구 별상을 놀 때는 홍역 마마도 곱게 나게 도와준다고 공수를 내리기도 한다.

여러 별상님들이 계시어 인물고사도 하시고 인간사를 돌보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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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별상 거리 뒤에 신장거리가 추가되어 여러 신장들을 놀고 오방기라는 적, 백, 황, 청, 흑(또는 녹색)의

다섯 가지 천으로 만든 깃발을 들고 오방신장을 불러 재가 집에게 그중 하나를 뽑게 하여 길흉을 점친다.
적색기는 모든 재수를 주고, 백색기는 병을 낫게 해주고 수명을 늘려주며, 황색기는 조상이 편안치 못하여 액이 많고,

청색기는 재물을 불려 주며, 흑색이나 녹색의 기는 질병과 우환이 많이 생긴다는 뜻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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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에서는 천귀를 벗긴다고 하는 특수한 행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몸에 살기가 씌어서 많이 아프다거나 꿈자리가 사나워서 잠을 잘 못 자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환자를

문 앞에 앉혀놓고 오방기로 덮은 뒤 오곡 볶은 것, 조밥, 붉은 팥, 검정콩, 미나리, 북어, 소금 등을 환자 머리 위로 던져내고

심한 경우는 `대신 물린다` 하여 산 닭의 입에 환자의 손, 발톱 자른 것, 머리카락, 쌀 등을 물리고 삼베나 옥색 천으로

일곱 매를 묶어 둘러내어 땅을 파고 묻기도 한다. 특히 이 거리에서는

창부타령의 곡조에 신장 명호를 넣어 부르는 신장 타령이 들어있어 엄숙하던 굿판이 잠시 흥겨운 놀이 판으로 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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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거리

?재물과 명예와 복록을 가져다준다는 그 유명한 대감거리이다.
천하 대감, 지하 대감 등 수많은 대감들이 모셔지며 의대는 전복과 벙거지 차림에 부채를 든다.
처음에는 천신 대감, 상산 대감, 어 전대감, 법전 대감 등의 위엄 있는 대감들이 홍철릭으로 점잖게 모셔지지만

이내 굿판은 떠들썩한 노래와 춤과 재담, 덕담이 어우러진 놀이 판으로 변한다.

이 거리에서는 대감신과 제가 집 간의 애교 섞인 흥정도 벌어지며 술과 고기와 돈이 인간적인 흥정 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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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에 걸친 타령과 춤으로 판이 달아오르면 굿판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흥겨워하며,

이때 무당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무감 선다`하여 쾌자만 걸치고 춤을 추기도 한다.

재수굿이나 경사굿에서는

이 대감거리가 얼마나 걸판지고 흥겹게 놀아졌는가에 따라서 굿을 잘 했는가, 못 했는가가 판단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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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주 인간적인 신으로 대접받는 대감신이 놀려지 고 나면

주무당은 다음으로 그 집안 대주의 몸주대감과 계주의 직성대감, 자손의 보물 대감 등도 모시어 놀고,

터줏대감, 집주 대감, 조상대감 등도 불러 그 집안에 재수와 소망을 생겨 주기를 기원하게 된다.
거리에서 특징적인 것은 `사망을 준다`고 하여 부채를 들고 무엇인가 퍼 담아오는 시늉을 하여 제가 집에 건네주면

제가 집은 치마 폭을 벌려서 그것을 받는 시늉을 하게 된다. 이것은 재수를 있게 도와준다는 뜻이 되고,

이후에는 `먹고 남고, 쓰고 남고, 입고 남게 생겨 주마` 하는 덕담으로 이 거리를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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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거리?

제가 집의 선망 후망 만대 좌우 조상신들을 모두 차도 차례로 모셔들여

새 의복과 만반진수를 대접하고 그 혼신들의 넋두리를 듣고 원과 한을 풀어 드리는 거리이다.
조상거리는 굿의 백미이며 정말 신과 혼이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마치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살아생전의 행동과 말을 무당의 몸과 입을 빌려 가족들에게 전한다.
이 거리에서는 제가 집식구들이 거의 울음을 터뜨리고 산사람과 대화하듯 그들의 조상신과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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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군웅거리?

가택을 지켜주는 성주신이 모셔지는 거리이다.
성조 대신, 성조 군웅, 성조 별감, 성조 대도, 성조 부인 등이 모셔지고 의대는 홍천릭에 빗갓을 쓰고 부채가 들려진다.

이 성조 거리는 집을 새로 지었을 때나 새로 이사를 했을 때는 성조굿으로 그 규모가 확대되기도 한다.
보통의 경우에는 흘림 성주라 하여

한 거리 노는 것으로 대신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거리만큼 현실적이고 우리의 실생활에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성주는 가내 가솔들의 안전과 가정의 안녕을 돌보는 신이니,

이 성주의 자리가 편안하지 못하면 대주를 포함하여 모든 식구들이 되는 노릇이 없고 집안에 우환이 끊일 새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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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에서는 운도 받아주고

조왕신을 비롯, 오방지신, 터주 왕신, 화덕 장군, 굴대 장군 등도 모두 모셔 저 액살은 물리치고 길복을 불러들이게 된다.
성주가 뜬 집(큰 공사를 하거나 초상 등의 큰일을 치른 뒤)은 성주를 다시 모셔오는 `성주 봉안` 의식이 행해지기도 한다.
이 거리에 대한 자세한 것은 앞으로 `성주굿`에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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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부거리?

주무의 의대는 원삼에 초립을 쓰고 부채를 든다. 대감거리와 같이 사망을 주고 춤과 공수가 있은 후 창부타령이 불린다.
이 거리의 특색은 일 년의 홍수(횡액수)를 막고 도액을 하는 것이다. 타령장단에 맞추어 일 년 열두 달의 액을 막고

삼재와 직성, 동토지액등 모든 액을 몰아내고 나면 이제는 굿판도 막바지에 접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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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거리?

이 거리에서는 서낭, 걸립, 말명, 맹인, 터주, 상문, 영산, 수비, 허주, 잡귀 등의 하신들이 놀려지며 굿을 하고 난 뒤에 늘어지고

쳐지지 말고 잘들 먹고, 놀고 돌아가라고 축원하고 뒷전상에 차렸던 음식들을 풀어먹인다.
만수받이 식자로 간단히 치르기도 하지만 굿에 따라서는 각하신들의 거리거리를 덕담과 재담을 섞어가며 크게 하기도 한다.

 

출처-천부삼인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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